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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이야기

개발자가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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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개발자가 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기술들을 배우고 실제 업무에 적용해 볼 수 있으며 비즈니스가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10시간이 걸리던 일을 단 10분으로 단축 시킬수도 있다. 전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지구의 각기 다른 곳에서 인연을 맺고 관심을 공유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미국에 있는 100만원을 클릭 몇번으로 한국으로 가져올 수도 있다.

개발자가 된 사람들은 모두 이러한 가능성에 희열을 느끼며 자신들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와 미래에 희망을 걸고 일을 한다. 하지만... 어느 직업이나 그렇듯 개발자들을 괴롭게 하는 일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그 즐거움을 넘어서 직업자체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하는데... 특히 한국에서 심각한 IT개발자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 대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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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때도 없는 요구사항의 변화/추가
아마도 IT 개발자가 평생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그것은 요청자로부터 오는 요구사항의 변화일 것이다. 물론 사람의 마음은 변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그것을 조정함도 당연하겠지만, IT 프로젝트의 경우 처음부터 어느정도의 틀과 목표가 정해진 후 개발이 시작 되는 것이기에 그 기능과 구조가 중간에 바뀌어 버린다면 개발자가 받는 스트레스와 작업량의 증가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최악의 상황엔 그때까지 작업해 놓은 것을 모두 버려야 할 상황도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작업을 마쳐야 하는 시간이 그리 많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기에 마치 누군가에게 골탕먹은 기분까지 느끼게 된다.
작업중간이라면 그나마 나을지도 모른다. 모든 작업을 끝내고 완성된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전달한 뒤 며칠 후 오만가지 변경사항과 기능추가요구 설명을 듣고 있을때면 다 지어논 집을 허물고 다시 지어야하는 건축업자의 마음을 느낀다.

무리한 스케쥴
특히 한국에서 웹개발자나 웹디자이너를 꿈꾸던 많은 젊은이들이 마음을 접는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당연시 되어있는 야근과 주말근무이다. 모든 일에는 중요도가 있을 것 같고 이 일을 먼저하고 저 일을 하면 되겠지, 이사람을 도와주고 저사람을 도와주자, 수없이 하루의 일과 목록을 정해놓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한들 세상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모든 고객, 요청자는 자신의 일들이 가장 우선이며 무조건 남들보다 먼저 해달라는 경우가 많다. 무리한 스케쥴에서 오는 과도한 야근과 스트레스는 한국 IT기업들이 외국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할 숙제일 것이다.

상식에서 벗어난 질문
개발자는 특성상 여러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소통을 하면 일을 해야 한다. 구조가 아주 잘 잡힌 회사라면 개발자와 요청자 사이에 한번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현실상 많은 IT기업에서는 개발자도 직접 고객 또는 요청자와의 대면을 피할 수는 없다. 가끔 그들과의 대화에서 개발자들은 그들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다시한번 절망의 늪에 빠지곤 한다. 물론 IT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면 전문지식이 없는 것은 당연하나, 어처구니 없는 요구사항을 내밀때는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할지 막막할때가 많다. 웹사이트에 있는 로그인 기능이 불편하니 자동으로 사용자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달라는 요청을 듣고 순간 말문이 막혔던 경험이 생각난다.

협동심을 찾아보기 힘든 팀원
IT 프로젝트는 적게는 2~3명 많게는 수십/수백명이 함께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고 각자 다른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빡빡한 스케줄과 넘쳐나는 작업량에 팀원들간의 팀워크는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팀원중 한명이 제 역할을 안하거나 책임감이 없을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팀원들이 받게 된다. 자기일이 끝났다고 빈둥거리는 팀원, 대충 만들어 놓고 테스팅 해보지도 않은 코드를 문제없다고 안심하라는 팀원, 근무시간에 연락이 두절된 팀원등을 볼때면 학창시절에 한명의 실수로 받았던 단체기합이 떠오를때가 있다.

팀원들의 노고를 가로채는 팀장
팀원들이 모두 잠을 아껴가며 몰두한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은 누구하나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모든 일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나 제대로 된 야근 수당을 받지도 않고 오직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노력한 팀원들에게 따뜻한 말은 못해줄 망정 그 노고를 자신의 공으로 모두 돌리는 팀장이 있다면 그 아래 개발자들이 직장을 옮기는 건 시간문제다. 진정한 리더쉽은 '팀원들이 자진하여 일을 하고 싶게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개별 팀원들의 노고에 대한 칭찬과 보상은 아끼지 말하야 할 것이다. 단 한통의 감사 메일일지라도..

위에서 나열한 문제점은 특히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할 때 느꼈던 것으로 제일 처음 쓴 요구사항 변화에 대한 사항만 빼고는 대부분 외국의 직장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점들이다. 우리나라가 IT분야에서 조금 더 성장하기 위해 그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신나게'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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