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전에 다음 홈페이지 메인광고란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는 하나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사실 넘쳐나는 광고에 무뎌져 여느때처럼 무의식적으로 지나칠 수도 있었겠지만 (구)네이버 유저로서 다음사이트에, 다른 곳도 아닌 메인의 광고란에 나타난 네이버 고유의 연두 색상이 비쳐 왠지 모르게 섬뜻한 기분이 들어 더 유심히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광고의 내용 또한 애써 시간을 내어 본 만큼의 가치가 충분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네이버에 대한 다음의 선전포고”.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다음의 한국인터넷 시장점유율을 단숨에 역전 시키며 현재 무소불위 국내인터넷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네이버와 그 핵심 원동력인 검색분야에 다시 한번 선두탈환을 노리는 다음이 보란듯이 칼을 겨눈 것이었다.
처음엔 ‘이렇게 대놓고 경쟁업체 제품과 비교하는 광고로 실어도 문제가 없나’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IT에 몸담고 있는 한명의 개발자로서 그들의 ‘보이지 않았던’ 경쟁심리가 표면위로 드러나는 것은 마치 ‘강백호와 서태웅’, ‘효도르와 크로캅’의 대결을 보는 것만큼이나 설레고 관심이 가는 일이 아닐수 없다.
IT관련 글을 블로그에 자주 올리다보니 이전에 ‘다음-네이버, 적인가 동지인가’를 타이틀로 다음과 네이버의 서비스에 대해 간략하고 전반적인 1대1 비교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다음의 광고가 전하려하는 메세지, 즉 ‘다음카페검색 대 네이버지식인’을 주제로 지난 한달간의 사용경험에 비추어 조금 더 좁은 범위에서의 양사 대표 검색서비스에 대한 비교를 해보려한다. 개인블로그에 담는 글이기에 주관적인 의견이 다수 포함될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일단, 이번 경쟁의 핵심요소인 검색과 검색엔진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인터넷의 기본 목적은 시간과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정보의 공유다. 인터넷이란 매개체가 없던 시절, 종이에 쓰여진 글이나 컴퓨터파일로 만들어진 문서들은 지리적 제약에 묶여 쉽게 옮겨질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자료의 전달이나 수신은 시간과 노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자료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제 3자에 대한 노출과 공유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1990년대말 등장한 인터넷과 급속도로 발전한 인프라는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간과 지리적 위치에 상관없이 접속할 수 있는 가상공간안의 ‘정보공유실’을 제공하게 되고 이전까지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오던 정보공유에 대한 개념자체를 바꾸게 된다. 인터넷 사용자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또 그들이 올리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 많아 질수록 원하는 자료를 찾아내는데 대한 노력의 양도 증가게 된다. 인터넷이 대중화 되기전 정보의 저장소로 사용되던 도서관과는 달리 인터넷세상엔 매일 같이 늘어나는 자료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관리자도 없을뿐만 아니라 그 양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마치 아무 분류없이 무작위로 수백, 수천만개의 책을 책장에 넣어두고 그 중 원하는 책을 찾아야하는 것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인터넷자료의 무질서함과 방대함은 그것이 줄 수 있는 편의성을 무색케 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국내 검색시장의 트렌드는 양질을 컨텐츠 수집과 분류에 기반을 둔 DB검색형 서비스가 주를 이룬다. 특히 네이버 지식IN서비스는 사용자들의 질문과 답변을 이용한 지식백과형 DB검색으로 호기심 많은 한국인들의 취향에 적절하게 들어맞아 네이버는 곧 지식IN이란 이미지를 심어줄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용량면에서 다음을 포함한 그 이외 검색엔진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에 다음도 같은 형식인 신지식 서비스를 내놓고 대응했으나 사용량에 따라 컨텐츠의 질이 결정되는 문답서비스의 특징에 의해 많은 주목은 받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동영상, 블로그, UCC 등 인터넷 속도의 비약적인 발전에서 비롯된 신소재 서비스와 한동안 네이버에 크게 뒤져있던 뉴스서비스 이용량의 가파른 추격 등 검색 이외의 서비스들에서 강세를 보이며 다시 한번 국내 인터넷 포털 1위 탈환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첫신호탄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검색시장에 미니홈피가 선보이기 이전부터 다음이 갈고 닦았던 주력 커뮤니티 서비스인 다음카페의 방대한 DB와 그에 대한 새로운 검색엔진을 내놓고 사용자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 포털 점유율(%) - 출처:랭키닷컴(4월 10일)>
<다음 vs 네이버 서비스별 점유율(%) - 출처:랭키닷컴(4월 10일)> |
로그인없이 카페글 검색 카페검색은 오래전부터 카페와 함께 공존해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카페의 자료들이 검색의 진정한 결과물로 인정받지 못한 이유는 커뮤니티서비스가 갖고 있는 폐쇄성 때문이었다. 카페의 글들은 카페에 전적으로 소속되어 회원등급에 따라 일반 사용자들에게 공개될지 안될지가 결정되었다. 마치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일촌공개’정도의 폐쇠성과 엄격함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카페의 운영자와 소속회원들에게는 논쟁거리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음은 검색시장의 점유율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카페사용자들의 로열티 중 일부를 희생해야만 했다. 새로운 카페검색에서는 검색결과뿐만 아니라 컨텐츠 공개의 정도까지도 훨씬 유연해져 결과에 나오는 대부분의 글들이 로그인이나 카페가입절차 없이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항상 “카페의 회원에게만 공개되어있습니다”와 같은 메세지를 보고 절망하던 일반사용자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은 없을 것이다. 독자개발 검색엔진 예상외로 많은 검색엔진들은 독자개발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한 예로 다음의 경우도 웹문서 검색부분에서는 구글의 검색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검색엔진개발에는 많은 노하우와 투자 그리고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번 카페검색에서 다음이 가지고 있는 또하나의 무기 중 하나는 바로 독자적으로 개발된 검색엔진이다. 카페의 자료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다음이 개발한 검색엔진은 예전과 비교해 월등히 우수한 성능과 질높은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자체개발 검색엔진은 확장성이라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앞으로 얻게 될 사용자,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통해 부족한 점을 메우고 새로운 검색기능을 더하며 다양한 검색규칙을 적용시키는 것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성능과 확장성을 떠나서라도 다음만의 검색엔진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것은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실시간 업데이트 + 필터링 대부분의 크롤링형, DB형 검색엔진은 새로운 글이 검색을 위해 수집 되는데에 짧게는 반나절에서 하루, 길게는 몇일이 걸리기도 한다. 직접 사용해 본 결과 다음카페검색의 경우 카페의 자료들을 검색DB에 등록하는 배치(Batch) 프로세스가 대략 두시간에 한번 꼴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독자적으로 개발한 검색엔진의 능력인지 방대한 양의 DB와 스크랩기능에 의해 발생 할 수 있는 중복문서, 펌 글, 낚시글 등에 대해 섬세한 필터링도 효과적으로 수행해주고 있었다. 이와 같이 개편된 카페검색에서 볼 수 있는 실시간에 가까운 업데이트와 필터링은 검색결과의 신뢰도와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공헌하여 검색경쟁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양한 검색기능 단지 키워드 몇개만을 가지고 원하는 검색결과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란 건 검색서비스를 많이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이번에 새로워진 다음카페검색은 아래와 같이 사용자들에게 여러가지 부가검색기능을 제공하여 조금 더 쉽게 양질의 자료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검색범위 : 카페전체, 카페이름, 카페글을 선택적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도와줌 검색정렬 : 정확도, 등록순으로 검색결과를 정리 이 카페에서만 검색 : 특정카페내의 글에서만 검색을 실행 사이드바 : 일일 인기 카페, 연령별 인기 카페 패널로 검색외 서비스제공 |
많은 사람들이 다음의 카페검색과 네이버의 지식인서비스의 비교에 의아해한다. 분명 네이버에서도 카페서비스와 카페검색이 제공되고 있기에 제대로 된 비교를 하려면 카페검색 대 카페검색이 되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은 단순히 같은 서비스의 1:1비교를 원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메일, 동영상, 뉴스, UCC 등 많은 종목에서 네이버와 대등하거나 높은 점유율을 보이면서도 총 포탈 점유율에서 두배가량 뒤지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인터넷의 기본 목적, 즉 검색서비스에 있다. 73% 대 16%, 2위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큰 점유율 차이를 보이는 검색서비스는 다음에게는 큰 근심거리가 아닐수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식인은 네이버 검색서비스의 핵심일뿐만 아니라 상당기간 국내 인터넷 업체의 본좌자리에 올라있던 다음을 단숨에 2위로 끌어내린 장본인 중 하나로 다음이 다시 한번 최고의 자리를 엿보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할 산과도 같은 존재이다.
어차피 다음의 목표가 네이버를 따라잡는데 있다면 그 승부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문자수와 이용빈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에 굳이 같은 서비스의 1:1비교는 불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네이버에 가장 밀리고 있는 검색이라는 틀안에서 ‘네이버의 대표서비스인' 지식인과 초창기부터 굳건히 다져온 ‘다음의 대표서비스'인 카페 및 개편된 카페검색으로 대표 대 대표의 승부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자료의 양 vs 사용자수 다음에서 저울 이미지까지 사용해가며 당당히 비교했듯이 두 서비스 DB의 양은 4억 : 0.8억으로 다음이 5배가량 많다(지식인 글하나에 달리게 되는 여러개의 컨텐츠를 통째로 묶어 하나의 글로 계산했다면 타당한 비교가 아닐수도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자료의 양만 따지고 본다면 당연히 다음카페검색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볼때, 자료의 양이 많은 다음이 당연히 더 나은 검색결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의 힘은 다음을 압도하는 사용자(접속자)수에 있다. 모든 서비스는 수요와 공급에 법칙을 따르며 그것은 다음과 네이버의 검색서비스에도 적용될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만으로 비교해본다면 사용자수가 월등히 많은 네이버의 자료(DB) 증가속도가 다음보다 빠른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새로운 글, 새로운 정보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공급이 빠른 네이버로 기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다음은 방대한 카페DB를 제대로 활용할만한 도구를 가지고 있지 못했고, 다음의 막대한 점유율의 손실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네이버와 견줄 수 있을만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보유한 다음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손실을 만회해 줄만큼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카페검색엔진과 객관적으로 성능을 평가해줄 수 있는 사용자들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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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게 새로운 다음의 카페검색엔진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네이버 지식인과의 비교 및 개선사항 등을 글로 옮겨봤다. IT기업은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사용자들의 마음에서 멀어지고 비난과 질타의 화살을 피하기가 힘들어진다. 초창기에 0에서 시작하여 사용자의 관심만을 위해 노력하던 열정은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기존의 기업이 바라보던 목표에서 벗어나게 되고 의도하지 않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능력있는 CEO나 단 몇명의 에너지 넘치는 직원이 바꾸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네이버, 다음 등 이미 커져버린 모든 IT기업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글을 쓰기전 읽게 된 많은 분들의 글에서도 다음의 이번 카페검색 프로모션에 대한 '건설적인' 질타와 비난을 많이 볼 수 있었고, 같은 사용자로서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토록 많은 양의 질타와 비난에 비해 다음이 추구하는 변화와 경쟁에 대한 격려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소비자에게 가장 큰 행복은 생산자들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얻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의 양적, 질적 팽창이다. 현재 네이버가 우리나라 인터넷 시장을 많은 부분에서 장악하고는 있다고 하나 다음과 같은 경쟁자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이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네이버의 검색서비스가 더 많은 도전을 받는다는 것은 사용자의 선택에 폭도 넓어짐을 뜻하며 전체적인 IT시장의 질적인 발전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카페검색 리뉴얼과 함께 다음에서 만든 프로모션 이미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Round 1"이라는 문구를 찾을수 있다. 다음 또한 이번 카페검색 리뉴얼이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눈에 띌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할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만, 앞으로 이어지게 될 Round 2, 3, ...,10..100을 위해 가벼운 잽을 던지며 탐색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영원한 챔피언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몇년간 무패의 전적으로 승승장구해오던 네이버도 한순간 방심하면 다음이 아닌 그 어떤 도전자에게라도 큰 펀치 한방을 맞고 주저앉을 수도 있다. 부디 다음도 이번 1라운드의 기세를 잊지말고 네이버의 헛점들을 찾아내 더 강하고 빠른 주먹을 날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눈에 비쳐지는 다음과 네이버의 치열한 혈투는 대한민국 모든 인터넷 사용자들을 이롭게 하는 "아름다운 전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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